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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실패를 허(許)하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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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 청년 창업, 실패를 허(許)하라] <하> 아이디어를 허(許)하라

[중앙일보] 입력 2011.09.07 08:56 / 수정 2011.09.07 09:18

박재완 “빌 게이츠·잡스·저커버그도 20대 창업” … 김성식 “청년 창업, 내년 총·대선 이슈로 삼아야”청년 창업 5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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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당정회의. 고위 참석자들은 온통 청년 창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미래를 대비해서는 조금 모험적일지 몰라도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하는 데 대해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간지(중앙일보 9월 5일자 1, 4, 5면)에서 창간기획으로 다룬 것을 봤다. 어느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됐다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클라우드 같은 새로운 IT 혁신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에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은 시의적절하다. 젊은이들이 창업을 통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한국의 미래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복합되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나갔으면 좋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최근 청년들이 창업보다 취업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에 이어 마크 저커버그가 기업을 설립한 시기가 대학 2학년 무렵이다. 창업자 육성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된다(※게이츠와 저커버그는 20세, 잡스는 21세에 창업).

일자리 당정협의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왼쪽부터). [연합뉴스]
 회의 후 정부와 여당은 대책을 내놨다. 청년 창업 관련 예산을 올해 2400억원에서 4900억원으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에인절 투자 생태계 확 바꾸자=대책에 따르면 정부 주도 에인절 투자 규모가 700억원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수혜 대상이 벤처기업으로 한정된다는 게 문제다. 벤처 인증을 받으려면 특허가 있다든지 기술보증기금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투자가 청년에게 쓰일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벤처기업 중 청년 창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안 된다”며 “벤처기업이 아니더라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졌거나 수익 모델을 갖췄다면 에인절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의 30%를 강제하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패해도 신용불량자 안 되게=대책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기술 특성상 파산한 창업 실패자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빌린 돈을 탕감해 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도움은 되겠지만 신용불량자를 되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다. 창업에 실패했을 경우 면책 재산 범위는 1200만~1600만원. 파산 후 6개월간 생계비로 책정된 금액은 720만원이다. 면책 범위를 확대해 창업 실패에 따른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양현봉 위원은 “생계비를 올리는 등 패자가 부활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부터 확보해 놓고 빚을 탕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 초기 컨설팅뿐 아니라 실패한 창업자가 사업을 어떻게 정리할지 알려주는 엑시트(exit) 컨설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창업아이디어 인증제 도입=에인절 투자자 강석흔(37) 본앤젤스 이사에게 불만은 하나다. “투자 위험이 높고 세제 혜택도 크지 않은데 무작정 에인절이 되라고 강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알음알음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인증기관에서 괜찮은 창업 아이디어에 등급을 매겨 추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업 아이디어를 공적 기관에서 인증하는 ‘창업 아이디어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디어에도 ‘Q마크’를 달아 믿고 투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김진수 교수는 “산업 전문가뿐 아니라 금융 전문가, 연구 개발자도 모여 사업성을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매출·신용보다 사업의 잠재적 성장 가치에 가중치를 두고 인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양현봉 위원은 “아이디어를 인증하는 데서 그치면 안 된다. 특허로 보호하고 바로 투자로 연결해 매출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문화 운동 벌이자=실리콘 밸리에선 업종별 기술·아이디어 교류 세미나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벤처투자자도 참여해 투자도 활발하다. 반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창업가들에겐 자금뿐 아니라 경영·홍보·특허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창업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포럼을 확대해 창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열 강원대 창업지원단장은 “창업가가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청년 예비창업자에게 조언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창업 관련 교육 부족도 문제다. 특히 대학에서 창업 학과나 관련 강좌를 찾기 드물다. 미국에선 펜실베이니아대·애리조나대 등 수백 개 대학에서 학부과정에 창업학과를 개설해 이론·실무를 가르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창업학 박사)는 “대학부터 바뀌어야 초·중·고생들이 창업가 정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대선 이슈로 삼자=정치권에서도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청년 창업을 주목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을 낮출 수 있고 산업구조를 역동적으로 개편하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대선 이슈로 삼을 만한 이유다.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폭동도 결국은 실업난에서 비롯한 문제인 만큼 정치권에서 청년 창업을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기환·심서현·채승기 기자, 권재준(한국외대 법학과)·김승환(고려대 경영학과)·최나빈(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인턴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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