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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주머니 터는 공무원연금]국민 돈 빼앗아 홀로 행복한 공무원연금 ‘더 내고 덜 받는 구조’ 서둘러라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이다. 개혁을 해야 한다. 방법은 더 내고 덜 받는 것인데 저항이 있을 것이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얼마 전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지적하며 내놓은 말이다. 각종 연금과 서민복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공무원연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공무원연금에 국민 세금을 10조2283억원 쏟아부었다. 올해 공무원연금(군인연금 포함)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투입하는 국민 세금만도 3조2844억원에 이른다. 2020년에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연간 8조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2011년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들은 평균 210만원을 받았는데 이는 동일한 조건의 국민연금 수급자에 비해 두 배나 많은 금액이다.
공무원연금의 개혁은 절실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유 장관 말처럼 공무원 사회의 조직적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예산 부족으로 기초생활보장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노인 빈곤층이 많은데 퇴직 공무원들을 위해 막대한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아예 미국이나 일본처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혈세로 적자 메꾸는 신의 연금

내가 받을 돈 내 손으로 못 줄인다

1958년생으로 대표적인 베이비부머인 권 모 씨. 중견기업에 다니는 권 씨는 정년퇴직이 코앞이다. 권 씨의 최대 노후 자산은 국민연금. 20여년을 꼬박 낸 권 씨가 앞으로 받을 연금액은 월 80만원 남짓 된다.

요즘 권 씨가 가장 부러워하는 이들은 공무원이다. 권 씨는 "정년도 긴 데다, 무엇보다 연금이 부럽다. 비슷한 시기에 공무원을 시작한 이들의 연금액은 월 200만원이 훨씬 넘는다니 꿈만 같다. 그나마 나는 (국민연금 액수가) 많은 편이라고 하는데, 공무원연금을 생각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사회 이슈가 되면서 노후 준비와 연금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 고갈 논쟁과 함께 일부에선 폐지운동마저 일고 있다. 달마다 꼬박꼬박 연금을 내지만 앞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게 비판론자의 근거다. 일반인은 국민연금을 받는 반면, 소위 특수연금이란 게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이다. 이들 연금은 재직 시와 큰 차이가 없는 수령액 덕분에 '신의 연금'으로 불린다.

눈덩이 재정부담

퇴직공무원 1인당 연 700만원 세금 투입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재직 기간이나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동시에 회사에 들어간 사람과 공무원이 된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다.

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연금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0년 공무원이 된 사람이 2039년에 받는 연금액은 같은 해 입사한 회사원의 1.7배에 이른다. 소득대체율로 따지면 차이는 더 크다(커버스토리 26페이지 기사 참조).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일반 기업의 경우 별도의 퇴직금이 있다"는 것과 "보험료율이 높다"는 주장을 편다. 공무원은 따로 퇴직금이 없다.

하지만 공무원이 민간기업 직원에 비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훨씬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문제는 그대로다.

현재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수령자들을 비교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평균 수급액은 28만원에 그치는 반면 공무원연금 수급자들의 평균 액수는 210만원에 이른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실장은 "공무원연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내는 돈보다 너무 많이 받아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뿐 아니다. 공무원연금에는 수많은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지 않으면 당장 돌아가지 않는 적자 구조라는 게 우선적으로 꼽힌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지난 2001년 적립금 고갈이 시작되면서 지급 부족분에 대해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공무원연금에 들어간 세금은 1조4294억원, 올해에는 1조8000억~2조원 정도가 예상된다. 현재 34만명가량이 공무원연금을 수령하고 있는데 2조원 정도의 정부 보전금이 들어가면 퇴직 공무원 한 명당 연간 700만원 정도의 세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세금 보전 금액이 2020년 8조1000억원, 2030년 17조4000억원, 2040년 18조800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2030년에 이르면 공무원연금 지출 중 18%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군인연금, 2030년 적립금 고갈이 예상되는 사학연금을 더하면 정부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공무원·군인연금 관련 잠재 부채가 1년 사이 94조원 넘게 늘어났다. 기획재정부가 올 초 발표한 '2012년 국가 결산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2011년 말 342조1000억원에서 2012년 말 436조9000억원으로 94조8000억원 늘었다. 연금 충당부채란 장래에 연금 수혜자들에게 약속한 연금을 주기 위해 필요한 현재 자산 규모를 말한다.

이런 상황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더 심각해진다. 연금 수령액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 공무원연금 가입자의 평균 수명은 일반 국민보다 더 길 수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균 수명 연장 등을 고려하지 못해 구조적으로 납부금 대비 과도한 연금 급여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보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기금 운용 실적이 좋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금융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률은 3.5%. 국민연금(6.9%)의 절반에 머물렀다. 공무원연금 측은 "지난해 대체투자 부문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다 보니 수익률이 나빴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대체투자 수익률은 -10.3%다.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수익률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식 운용 수익률은 7.1%로 코스피지수 상승률 10%에 못 미쳤다. 채권 수익만 5.7%로 무난한 수준이었다.

앞으로 늘어나는 연금 수령액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단기자금 위주의 기금 운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수익률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연금 지급액을 늘리려면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운용 전문성이 낮고 불투명하다 보니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공무원연금 적자가 매년 늘고 있지만 적자를 줄이려는 개혁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개혁 왜 안 되나

기득권 보호 급급, 고양이가 생선 맡은 격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나 수입보다 많은 지출로 인한 세금 보전으로 인해 공무원연금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의 개혁 시도 역사는 실패로 점철돼 왔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변화한 사회 환경에 부응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의 제도 개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1960년 만들어진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으로 적자를 낸 뒤 3차례 개혁 과정을 거친다. 1995년 첫 번째 개혁에서는 보험료율을 소폭 올리고 연금 산정 기준을 '직전 보수'에서 '최종 3년 평균 소득'으로 변경하는 데 그쳤다. IMF 외환위기에 따른 정부 구조조정으로 퇴직자가 급증하면서 공무원연금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2000년 들어 두 번째 개혁을 단행한다. 보험료율은 더 높이고 연금액 조정 방식을 보수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첫 번째 개혁과 마찬가지로 급여 수준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적자분을 정부 보전금으로 메우기로 하면서 정부 보전 부담만 커졌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셈이다.

공무원연금이 두 차례 개혁에 실패하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KDI에 용역을 맡기고 세 번째 개혁 작업에 돌입한다. 2006년 민관 공동의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구성됐을 때만 해도 희망은 보였다. 이미 발생한 연금 부채는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부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돼 있었다. 연금 지급률을 2.1%에서 1.7%로 낮추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2007년 국민연금법이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정됨에 따라 공무원연금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금 지급률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연금 지급률을 1.7%에서 1.435%로 더 인하하는 쪽으로 합의를 했다. 하지만 연금을 줄이는 방안이 나오자 공무원 반발이 컸다. 급기야 2008년 MB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다시 처음부터 논의하자는 식으로 입장을 선회하더니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공무원 단체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공노(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공노총(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대표 5인과 노조가 추천한 전문가 2명이 위촉됐다. 이들은 위원회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결국 보험료는 5.5%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해 2012년 7%까지 올리고 연금 지급률은 2.1%에서 1.9%로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2010년 이후 임용된 신규 공무원은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됐고 기존 공무원의 연금 지급 연령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해당사자가 개선안을 만들면서 세 번째 개혁은 '개악(改惡)'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 결과 개혁 이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이의 급여 격차는 1.4배였으나 개혁 이후 되레 2배 수준으로 더 벌어졌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정부가 노조 측 사람을 불러들여 기존 논의를 백지화했다. 처음부터 의도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노조를 포함시키는 선례를 만들었으니 다음 개혁 때도 이들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직 공무원 기득권 보호에만 치중해 재정 개선 효과가 미흡했다. 신규 공무원만 연금 지급 연령을 65세로 늦추면서 기존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 간 형평성 논란만 커졌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과 비교해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한참 더디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1998년, 2007년 두 차례 연금 개혁이 이뤄졌다. 주요 내용을 보면 올해부터 수령 연령을 61세로 올리고 향후 5년마다 1세씩 올려 2033년부터 65세로 조정하도록 돼 있다. 소득대체율도 오는 2028년까지 40%(40년 가입자 기준)로 낮아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2050~2060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추산되자 최근에는 보험료율을 더 인상하고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등의 추가 개혁안이 논의 중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매번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이 직접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 공무원들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철저히 민간부문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별도 기구를 만드는 식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수립 과정에 공무원 노조 대표들이 참여하면서 개혁 의지가 사라지고 기득권 보호만 강조됐다. 정부는 논의 과정상 민주성,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체제로는 결코 개혁할 수 없다. 외국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공무원 참여 없이 개혁안을 마련한 후 공무원 단체를 설득, 협상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문형표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의 얘기다.

어떻게 손봐야 하나

국민연금과 격차 줄여나가야  

박근혜 정부도 공무원연금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대폭 손질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연금과 형평을 이루도록 요율은 올리고 수혜율은 낮춰야 한다. 언제까지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려야 한다. KDI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가입자인 일반 국민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최소한 20%는 삭감해야 한다"면서 "예산 부족으로 기초생활보장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노인 빈곤층이 많은데 퇴직 공무원들의 풍족한 노후를 위해 막대한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초기에 과감한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들의 저항과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일본처럼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윤석명 센터장은 "과거에 비해 민관 직업 차별성이 크게 약화됐다. 외국에서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일원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의 제도 지속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20년 정도를 목표로 공무원연금 지급액은 줄여나가고 국민연금의 경우는 늘려서 두 연금체계가 일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잠깐용어

*보험료율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연금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이다. 보통 가입자의 월 소득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다. 즉, 연금보험료는 가입자의 기준소득월액×연금보험료율로 책정된다.

잠깐용어

*소득대체율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 즉, 최종 보수 대비 처음 받는 연금월액의 비율을 뜻한다.

잠깐용어

*순수익비

낸 돈에 비해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지를 의미. 순수익비가 2라면 납부한 연금보험료보다 2배 많은 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잠깐용어

*공무원연금 정부 보전금

공무원연금 기금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돈. 공무원이 부담하는 기여금에 대응해 정부가 내는 7%의 부담금은 별도다.

잠깐용어

*수지적자

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과 기금 투자 수익의 합을 초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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