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낯선 땅에서 8년간 생활하며 김귀현이 늘 곁에 둔 책이 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 직전 쓴 '영원한 리베로'라는 책이다. 이 책을 수십번 읽으며 김귀현은 외국에서 축구선수로 생활하는 법. 정신자세 등을 배웠다.
'우상'에게 지도를 받으며 4박5일간 올림픽대표팀에서 생활한 소감을 묻자 김귀현은 "책에서보다 훨씬 더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었다. 말을 안 해도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분"이라며 존경심을 나타냈다. 홍 감독은 소집 기간 중 김귀현의 빠른 적응을 위한 여러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단이 훈련을 마치고 함께 사우나에 갔을 때는 김귀현을 옆에 앉혀 놓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홍 감독님과 함께 사우나를 하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더라"라는 게 김귀현의 소감.
중국전 하프타임에 홍 감독이 "잘하고 있다. 그런데 볼을 더 빨리 패스해라. 너무 보여주기 위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때는 '이번 한 경기에 내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들킨 것 같아 뜨끔하기도 했다.
김귀현은 이날 자신도 모르게 홍 감독의 아내 조수미씨를 울렸다. 경기 직후 인공호흡기를 달고 경기장을 찾아온 아버지 김직 씨를 배웅나갔을 때 구급차를 지켜보던 한 무리의 여성이. 사경을 헤매면서도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온 부정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김귀현의 외삼촌 박광운(44) 씨에게 누군가 "저기 울고 계신 분이 홍 감독의 사모님"이라고 귀띔해줬다.
한편 김귀현은 함께 훈련한 올림픽대표팀 동료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홍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모두 잘 대해줬고. 선수단 전체가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선수단은 천사들만 모인 분위기였다. 주장 오재석이 다른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게 도와줬고. 룸메이트 이용재나 김동섭 등도 고맙다. 한꺼번에 정말 많은 친구가 생겼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