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가속도가 작용한다. 등 떠밀리듯 살다보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삶이다. 의지를 가지고 소신을 펼치기 힘들다며 환경을 탓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방위각이 조금만 바뀌어도 가고자 하는 곳은 먼발치서 바라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점점 멀어진다.
지식생태학자로 유명한 유영만(46·사진) 한양대 교수는 삶이 그려놓는 이 같은 궤적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이라는 소중한 금을 캐는 사람은 누구나 가슴 뛰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가난한 공고생 출신으로 사회에서 쓴 맛을 경험했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교수가 된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지난달 자기계발서 '청춘경영'을 펴낸 유 교수는 극심한 청년실업시대를 맞아 삶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전해줄 얘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청춘 시절의 방황은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다.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며 "취업에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작은 생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가 생활의 차이를 가져온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바깥의 상황은 언제나 부정확하고, 편안한 것들이 많지 않다.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청춘들에 대한 그의 애착은 유년과 청년 시절에 짙게 드리워졌던 그림자에서 비롯됐다. 1963년 충청도 시골에서 태어난 유 교수는 어린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집안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다. 중학교 진학마저 쉽지 않았다. 중학교 졸업 후에는 장학금과 기숙사가 보장된 공고로 진학했다. 고2때는 어머니마저 잃고 방황의 시절을 보냈다. 취업 후에는 아무런 희망과 기대도 없이 술로 시간을 보냈다.
"내 심장이 뛰는 인생을 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무덤덤하게 일을 했고, 월급날이 끼는 주에는 매일매일 술을 마셨습니다. 목적을 알 수 없는 방황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그는 어느 날 서점에서 고시합격수기집을 읽고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그 때부터 굉음이 울리는 공장 안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교수의 도움으로 유학을 떠났고,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에서 일하며 치열하게 공부했다.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삼성인력개발원을 거쳐 한양대 교수가 됐다. 최근까지 5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유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방향이 흔들렸을 때 길을 가르쳐 준 것이 책이었다"고 전하며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다양한 경험과 독서"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취업을 위해 '반짝' 실력을 쌓기보다는 인생의 내공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의 자신에 대해 의기소침해 할 필요도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유 교수는 "부족함이 있어야 채우려는 열망이 생기고 완성되지 않은 일이 있어야 달리려는 노력이 꿈틀거린다"며 "세상은 얼마 되지 않는 재주와 기교로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는 사람보다 작은 실천 속에서 장애물을 넘기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 곁을 내준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보다 잘하려 하지 말고 '전'보다 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다 잘하려는 사람은 남보다 나은 위치에 서면 자만하지만 전보다 잘하려는 사람은 전보다 나은 위치에 서면 자성한다는 것. 적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청춘으로 살 수 있습니다. 청춘은 나이가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이 젊은지가 관건입니다. 고리타분하게 발생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고민하지 마세요. 지나간 일을 후회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황금, 백금보다 중요한 것이 '지금'입니다. 변화는 지금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