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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영업자들
2012.06.01, 최인식
 

[벼랑 끝 자영업자]<上> “한달에 빵 3000만원어치 팔아 남는건…”

[동아일보]

《퇴직 후 창업에 나서는 베이비부머 자영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생계유지조차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치솟는 임차료와 권리금은 이들의 발목을 잡고 기업형 프랜차이즈업체와 창업컨설팅업체들은 비싼 가맹비와 컨설팅 수수료로 영세 자영업자의 숨통을 조인다. 소규모 창업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실태와 문제점, 해결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큰돈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가게 문이라도 계속 열려면 빵을 한 달에 3000만 원어치는 팔아야 합니다. 그게 말처럼 쉬운가요?”

서울 은평구에서 2년 동안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신고를 한 이모 씨(57)는 한숨만 내쉬었다. 이 씨는 보증금 1억 원, 월세 400만 원에 상가를 임차해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해 왔다. 비싼 임차료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부부가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월 매출이 3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월세 내기가 빠듯한 상황이 이어졌다. 일을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건 빚뿐이었다. 이 씨는 “퇴직 후 부푼 희망을 안고 가게 문을 열었지만 결국 다시 일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씁쓸해했다.

은퇴한 50, 60대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시장으로 대거 뛰어들고 있지만 자영업자로 수익을 내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10명 중 8명은 창업 1년 만에 문을 닫는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도 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해도 비싼 임차료를 내고 나면 결국 손에 쥐는 것은 푼돈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 [채널A 영상] 창업 뛰어드는 베이비 부머, 성공전략은?


○ 임차료에 고개 숙이는 퇴직창업자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신설법인은 2만5231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1248개)보다 18.7% 증가했고,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2만2482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50대 이상이 창업한 신설법인은 전체의 31.3%인 7890개에 이르렀다. 경기침체로 퇴직연령이 낮아지면서 40대 이상 창업자는 전체의 71.4%에 달했다.

창업은 하긴 했지만 자영업으로 돈을 벌기란 만만치 않다. 김상훈 스타트컨설팅 대표는 “가게 관리비와 인건비, 재료비 등에다 월세까지 부담하려면 월세의 8∼10배 매출을 올려야 수익 보전이 가능하다”며 “월세로 300만 원을 내는 자영업자라면 월평균 2400만∼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수도권 주요 상권의 임차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서울의 강남, 명동, 신촌,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인천 남동구 구월동 등 수도권 주요 상권의 임차료는 최근 3년간 매년 20% 이상 상승했다. 1층 50m² 면적 기준 상가의 평균 임차료는 2010년 1월 946만 원에서 지난해 1월 1150만 원, 올해 1월 1420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서울 핵심 상권인 명동의 임차료는 올해 1월 5300만 원으로 조사돼 1년 전(4200만 원)보다 26.2% 급등했다. 강남역도 최근 3년간 2800만 원, 3400만 원, 4600만 원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 80%가 생계유지도 버거워



‘억’ 소리 나는 권리금도 자영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창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권리금은 수익을 악화시켜 창업 실패의 요인이 된다. 자영업자가 평균 1억1364만 원의 부채를 안고 창업에 나서는 것도 비싼 권리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도권 주요 상권의 평균 권리금은 2억3556만 원으로 웬만한 자영업자는 창업할 엄두도 내기 힘들다.

열심히 일해도 감당할 수 없는 비용 부담 때문에 자영업자의 실제 수익은 하락하는 추세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통계집’에 따르면 5인 이하 자영업자 중 지난해 월평균 순이익 100만 원 이하는 전체의 57.6%를 차지했다. 적자를 본 자영업자도 26.8%에 이르렀다. 월 매출액은 400만 원 이하가 58.3%, 400만 원 초과 1000만 원 이하가 25.4%로 1000만 원 이하 월 매출이 전체의 80%를 넘었다. 임차료와 재료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월 3000만∼4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1.3%에 그쳤다. 생계유지조차 버겁다는 의미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의 안민석 연구원은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임차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안 좋은 상권으로 밀려나 수익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벼랑 끝 자영업자]<中>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고

[동아일보]

지난해 경기 안산시 고잔신도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 창업을 준비 중이던 김모 씨(48)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보내준 투자예산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총투자비 2억5500만 원 가운데 인테리어 설비, 간판 제작 등의 명목으로 본사에 지불할 비용만 1억4500만 원에 달한 것. 김 씨는 “본사에 낼 돈이 총투자비의 60%나 되고, 나중에 돌려받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부담스러웠다”며 “프랜차이즈 커피숍 창업 대신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창업에 몰리는 것은 이들의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를 빌리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과도한 초기 투자부담과 모집업체의 무성의한 사후관리로 문을 닫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적지 않다.



○ 프랜차이즈 가맹주는 본사의 ‘봉’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업 사업체 61만6500개 중 3만7899개(6.1%)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특히 예비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음식점이나 주점업의 경우 약 15%가 프랜차이즈 관련 업체다. 창업 컨설팅을 지원하는 한국창업지원센터에는 매년 6000∼7000명의 예비 창업자가 프랜차이즈 창업 상담을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예비 창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1억∼2억 원에 이르는 프랜차이즈 투자비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인 ‘A’사의 경우 지점을 내려면 인테리어 비용 7500만 원, 간판 등 기반설비비 8000만 원, 교육비 및 가맹보증금 2000만 원 등 총 1억7500만 원을 준비해야 한다. 제과 프랜차이즈 업체인 ‘B’사는 간판 설치 등 기반설비비 9000만 원을 포함해 1억4000만 원을 초기비용으로 받는다. 여기에 2억∼3억 원에 이르는 권리금과 보증금을 내고 나면 창업비용은 3억∼4억 원대로 치솟는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는 정기적으로 매장의 인테리어를 교체하는 ‘리뉴얼’을 하는데, 그 비용도 고스란히 가맹주가 부담한다. 프랜차이즈는 매장 리뉴얼 시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에 시공을 맡겨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일도 빈번하다. 한국창업지원센터 이은호 팀장은 “일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지정업체를 통해 가게 리뉴얼을 하면 공사비로 1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며 “일반업체에 맡기면 3000만 원이면 충분해 가맹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 모집 땐 왕, 가맹주 되면 나 몰라라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주 모집에만 열을 올릴 뿐 가맹주에 대한 재교육이나 매장 관리 노하우 전수에는 소홀한 것도 문제다. 2년 전 직장을 그만둔 최모 씨(44)는 지난해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50만 원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열었지만 10개월 동안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극심한 영업 부진을 겪은 끝에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최 씨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본사의 유혹에 넘어가 덜컥 계약했다”며 “계약 이후 본사에서는 영업이 제대로 되는지 한 번도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가맹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가맹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2009년 357건에서 2010년 479건, 지난해 733건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지원센터의 박우식 가맹거래사는 “본사가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를 울리는 기획부동산과 불법창업 컨설팅 업체의 횡포도 소규모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김상훈 스타트컨설팅 대표는 “주인이 폐점을 하며 가게를 1억 원에 내놓으면 기획부동산이 중간에 끼어들어 1억3000만 원에 임차인을 모집하고 중간에서 3000만 원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컨설팅 업체가 용역비만 챙기고 계약 주선을 하지 않는 피해 사례도 많은 만큼 예비 창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벼랑 끝 자영업자]<下> 자영업자 보호 대책은 없나

[동아일보]

신모 씨(39)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00만 원짜리 점포를 얻어 치킨집을 운영 중이다. “손해를 면할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만하면 다행이다”며 만족해하던 신 씨는 지난달 건물주인에게서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달 계약이 만료되면 임차료를 350만 원으로 올려 주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가게를 빼라”는 통보였다.

한꺼번에 17%(50만 원)나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가 부담이 됐던 그는 ‘상가임대료의 법정 인상률 상한선이 연 9%’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대응책을 논의하고자 변호사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부터 ‘보증금 3억 원 이하만 보호해주도록 돼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대상이 아니어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신 씨가 그동안 운영한 가게의 환산보증금이 3억5000만 원이었던 것. 신 씨는 “서울에서는 웬만한 변두리지역 점포의 보증금도 대부분 3억 원을 넘는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어떻게 서민을 보호해줄 수 있느냐”며 허탈해했다.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가 인상 등을 반영하지 못한 보증금 기준과 깐깐한 적용 방식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대상 상가는 보증금(환산보증금 기준)이 △서울은 3억 원 이하 △인천과 기타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은 2억5000만 원 이하 △광역시는 1억8000만 원 이하 △기타 지역은 1억5000만 원 이하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금액이다. 법무법인 장백의 조명선 대표변호사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00만 원만 내도 환산보증금은 3억 원이 된다”며 “최근의 보증금과 임차료 시세를 고려하면 법의 보호대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상권의 상가임차료는 적게는 300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이 넘어간다.

정부 차원의 충실한 자영업자 관련 통계자료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 예비 창업자가 스스로 상권과 입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임차료와 보증금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세청에서 통계연보를 통해 연도별 개폐업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세분돼 있지는 않다. 그나마 예비 창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업종별 지역별 자영업자 수’ 통계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제작이 중단됐다.

씨앤씨창업의 최영철 컨설팅 팀장은 “예비창업자들은 사실상 아무런 정보를 갖지 않은 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상권과 업종에 대해 스스로 연구할수록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상가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도 상가임대차보호법 보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권리금의 특성상 일부 악덕 부동산중개업자나 컨설팅업자,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등이 거래 단계에서 권리금에 거품을 얹는 방식으로 이익을 빼돌리기도 한다”며 “권리금을 입법으로 명문화하든지, 임차인이 개점 후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계약 갱신 기간을 늘리든지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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