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는 게임이다
우종민(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스트레스센터 소장)
비즈니스가 게임이라면…(비즈니스는 게임일 뿐이다)
‘워?게임’(War?game)이란 게 있다. 화약 냄새를 잊지 못하는 퇴역군인들이 모여서 놀던 모의 전쟁놀이이다. 요즘은 서바이벌 게 임으로 통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워?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비즈니스가 '전쟁놀이'라고? 하 도 비즈니스가 어려워지고 전쟁터에서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에 놓여져 있다 보니 그런 비유도 등장한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한 가지를 던져 보자. 전쟁놀이는 '전 쟁'인가. 아니면 '놀이'인가.
정답부터 말하자면, 전쟁놀이는 '놀이'일 뿐 전쟁이 될 수는 없다. 비즈니스도 역시 마 찬가지다. 비즈니스에는 전선(戰線)이 없다. 적군도 없다. 사방이 다 경쟁자일 뿐. 분명 한 우군도 분명한 적군도 없다. 마지막까지 뺏고 빼앗길 영토가 없다. 전쟁의 기본인 이 세 가지가 모두 없는데, 어떻게 전쟁이 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비즈니스는 그저 게임일 뿐이다. 한 판 신명 나게 놀아보는 게임일 뿐이다. 망하 든 흥하든 그렇게 무겁게 할 일은 아니다. 전쟁으로 여겨서 비즈니스가 잘 된다면, 뭐 굳이 말릴 이유는 없겠다. 그러나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비장해지거나 스트레스 를 받으면, 원래 될 일도 잘 안 되기 마련이다.
사람의 뇌는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 어버리게 된다. 이건 원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능이다. 맹수가 나를 덮치면 도망부터 쳐야 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잡혀 먹히기 십상이다. 이 성적이고 감성적인 사유는 대뇌에서 하는데,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에는 쏟아져 나온 스 트레스 호르몬이 대뇌로 연결되는 통로를 차단해버린다. 대신 곧바로 생존을 위한 응 급 반응으로 연결시켜 버린다.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이 종 종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처럼 지나친 스트레스는 ‘이성’을 외면케 만든 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가끔은 응급 반응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비즈니스 나름 이다. 평생 단세포적인 대응만 해도 되는 일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머리도 쓰고 감정도 사용해야 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지 않겠는 가.
비즈니스가 게임일 뿐임을 자각하는 순간, 일과 인생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게임은 즐 기자고 하는 것이지, 너 죽고 나 죽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일 말고 다른 것이 더 잘 보 일수록 사실은 일도 더 잘될 것이다. 거기에 묘미가 있다.
우선 당신은 비즈니스를 즐기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가 우리 삶에 던져주는 크고 작은 재미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를 전쟁으로 여기는 순간, 우리는 전쟁터에 끌려온 불쌍한 병사가 된다. 전쟁터의 병사는 빨리 거추장스런 자아(自我)를 버려야 한다. 하 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빨리 잊어야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정 반대이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잘 하게 되고, 잘 한다고 인정받고 돈도 벌리면 더 열 심히 하게 된다. 더 열심히 하면 더 잘하게 된다. 바야흐로 일과 인생의 선순환에 들어 선다.
둘째, 더 침착해질 것이고 더 평온해질 것이다. 전쟁을 할 때는 눈앞의 적만 보기 쉽다. 그러나 게임을 할 때는 판 전체를 보고, 객관적으로 나와 주위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하 게 된다. 장기판의 말을 보듯이, 각각의 말이 다음에는 어디로 움직일지 보이기 시작한 다. 그러면 왜 비즈니스가 심리전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셋째, 건강해진다. 내가 아는 한 사업가는 70대 중반에도 정력적으로 세계를 누비고 다 닌다. 도대체 건강의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는 특별히 운동하는 것이 없지만 운동량은 많은 것 같다”며 “항상 몸을 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 직이고 돌아다니고 피로하거나 아프다는 생각 자체를 잘 안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사람이 느끼는 불안, 우울, 좌절, 탈진의 90% 이상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주 관적으로 느끼는 느낌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의 90% 이상은 자가 발전 한 것이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그대는 전혀 다른 페이스로 일을 하는 유능한 사람이 될 것이다.
[Economy21-비즈니스 심리학]- 200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