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발언’ 통해 자신의 시 낭독
“이 시가 어떤 정치적 문제가 있습니까”박수에 인색한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나왔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도종환 시인이 9일 열린 본회의 말미에 ‘5분 발언’을 통해 자작시 <흔들리며 피는 꽃> 낭독을 마친 순간이었다.
도 의원이 자신의 시를 자랑하러 발언대에 나간 것은 아니었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여러 종류의 국어 검정교과서에 실린 도 의원의 시를 삭제하라는 권고에 대해, 자신의 시에 “어떤 정치적인 문제가 있으며, 학생들이 읽으면 안되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낭송을 한 것이다.
도 의원은 “국회의원이 됐다는,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도록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다. 김춘수 시인도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 분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시 <꽃>, 이 시도 교과서에서 빼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도 의원은 이어 “이 자리 모두는 지역과 부문의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을 대변하고자 임기동안 국회의원의 직무와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임무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의정활동을 어린 학생들이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선 안된다. 19대 국회 시작하면서 특권을 내려놓자고 하는 마당에 오히려 정치인을 편견으로 바라보고 정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일에 교육 당국이 앞장서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5분 발언’은 국회의원들이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인데. 주로 정치적 공방이 오갈 때가 많았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은 “잘했어!”라고 격려하고, 다를 경우엔 고성과 삿대질로 야유를 퍼붓기 마련이었다.
이날 단상에 올라 소신에 찬 5분 발언을 이어간 도 의원은 더이상 ‘조용한 시인’, ‘얌전한 선생님’이 아니었다.
김보협 송채경화 기자 bhkim@hani.co.kr
누가 이 아름다운 ‘시’를 흔드나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과서에 실린 자신의 시를 빼도록 출판사에 권고한 것과 관련해 5분 발언을 통해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하는 동안 시 내용이 회의장 전광판에 비치고 있다. 평가원은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이유로 도 의원의 작품을 뺄 것을 권고해, 한국작가회의 등 문인단체와 전교조 등 교육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아래는 도종환 의원의 발언 전문
존경하는 박병석 부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도종환입니다.
저는 오늘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저는 국회의원이면서 시인이다. 제가 쓴 시는 10년 전부터 국정 국어교과서에 실려있고 학생들 배우고 공부해왔다. 근데 교과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과원에서 지난 26일 2012년 교과서 검정 심사에 합격한 8개 출판사의 교과서 수록된 11편의 제 시와 글에 대해서 수정·교체 요구의 글을 보냈다. 이유는 시인이 정치인이며 국회의원 당선자라는 것이다. 공문에 의하면 수정보완 이행 결과가 미진하면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금까지 교과서 수정보완은 띄어쓰기, 맞춤법, 어휘 잘못 등이 발견됐을 때 권고해왔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자한 출판사로서는 사실상 제 시를 빼라는 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번에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빼줄 것을 요구한 시는 다음과 같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다. (박수)
수많은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는 시다. 이 시에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나? 정치적인 문제가 있나? 학생들이 읽어서는 안 되나? 지난 10년 동안 교육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지 한달됐다. 아직 활동도 안 했다. 국회의원이 됐다는 이유로,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도록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다. 김춘수 시인도 국회의원이었다. 그분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몸짓에 지나지 았다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시 <꽃>. 이 시도 교과서 빼야합니까.
존경하는 선배 동료 여러분, 이 자리 모두는 지역과 부문의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을 대변하고자 임기 동안 국회의원의 직무와 양심에 따라 성실 임무를 이행할 것에 서약했다. 의정활동을 어린 학생들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된다. 19대 국회를 시작하며 특권 내려놓자고 하는 마당에 오히려 정치인을 편견으로 바라보고 정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일에 교육 당국이 앞장서면 안 된다.
이번에 한 교과서는 제 시를 이렇게 기술했다. 그 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를 끊임없이 묻게 하고 어떤 삶을 추구해야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하고 자기밖의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평가가 정치적, 파당적 의견을 전파하는지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 부탁드린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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