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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황소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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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경제부 차장대우

뉴욕 맨해튼 남단의 월스트리트에는 우람한 대형 황소 동상이 있다. 붉은빛이 도는 돌격 모습의 황소상(높이 3.3m, 길이 4.8m, 무게 3.2t)은 주가가 오르기를 기원하는 월스트리트맨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미국·유럽·한국·중국 등에서 온 관광객들은 월스트리트를 방문하면 이 황소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다. 대부분은 머리 부분으로 가서 옆에 얌전히 서거나 뿔을 잡거나 목에 손을 얹고 촬영한다. 하지만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 반대편 황소의 뒷다리 사이로 들어가 아이 머리만한 2개의 둥근 '황소 ××'을 손에 쥐고 포즈를 취한다. 가끔 입맞춤을 하는 중년 주부들도 있다. 엄청난 힘과 번식력, 월스트리트의 재력(財力)을 상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소 얄궂고 황당해 보이지만 자식이 월스트리트의 부(富)를 손에 잡을 수 있다면 '미신'이라도 믿어보자는 바람이 간절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이 황소상의 위력이 화제다. 투자 펀드인 '아팔루사'의 데이비드 테퍼 회장이 올해 대박을 터트렸는데 책상 한가운데에 황소상을 놓고 매일 주식 거래 전에 문지르면서 행운을 빌었다고 알려진 까닭이다. 그가 동상을 만질 때마다 옆의 직원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회사 분위기가 좋아져 투자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테퍼 회장의 '아팔루사' 펀드는 올해 초 빈사 상태이던 씨티은행과 BoA(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에 약 60억달러를 집중 투자했다. 70억달러의 이익을 내 수익률이 120%에 달한다. 경쟁자들보다 2~3배 높다. 그 덕택에 개인적으로 25억달러(약 3조원)의 연봉과 보너스를 받았다.

대박 비결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 2월에 씨티은행과 BoA 주가는 주당 1~3달러까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동료 파트너에게 "겁먹지 말고 냉정히 생각해 봐라. 정부가 은행을 망하게 놔두겠는가"라며 설득했다. 그의 좌우명은 '나무는 심어놓으면 성장한다'이다.

둘째, 결단력이다. 지난 2월 10일 미국 재무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하자 그날 주가는 5%나 폭락했다. 시장은 '1930년대 대공황이 다시 온다'며 공포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역으로 테퍼 회장은 "큰 베팅을 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번 경제위기는 대공황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독한 결단은 적중했다.

셋째, 불굴의 추진력과 인내심이다. 테퍼 회장이 2월 초 주식을 사기 시작한 뒤 주가는 10~25일간 더 하락, 10%의 손실이 났다. 하지만 그는 주식을 계속, 더 많이 사들였다. 3월 하순이 되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투자자들은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았다. 반면 테퍼 회장은 10억달러어치를 더 샀다. 참고 기다리자 주가는 더 많이 뛰었다. 대박이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는 한국 주식에 투자한 뒤 2년을 꼬박 기다려 수천억원을 벌어간 경험이 있다.

물론 월스트리트에서 '공황(panic)'에 베팅해 성공한 사례가 그가 처음은 아니다. 또 올해의 몇몇 승리자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실패자가 있다. 하지만 테퍼 회장은 월스트리트의 전형적인 '성공 유전자', 낙관론·결단력·추진력·인내심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 입증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테퍼 회장은 벌써 새로운 투자를 시작했다. 남들이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부문이다. 새해에도 그는 매일 '황소상'을 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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