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시조 - 막걸리 연가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속의 명장면이 있기 마련이다.
보릿고개가 있던 1960년대 초등학교 시절, 어느 가을날 해거름 무렵이었다.
벼 베기를 하다 잠시 허리를 펴고 보니 봇도랑 길을 따라 낯익은 분이 걸어오는데 바로 담임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두기가 오늘 결석을 했기에 가정방문을 왔습니다.”라고 하셨다.
“선생님! 추수 때는 부지깽이도 뛰어다닐 만큼 바쁩니다. 날씨가 좋을 때 추수를 다 하려다 보니 학교를 못 보냈습니다.”라는 아버지 말씀에 "두기는 장차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시를 잘 짓는 아이인데 내일부터는 학교엘 보내시죠.”라고 하셨다.
“노벨문학상이 어느 동네 잔칫상인지는 몰라도 당장 밥상이라도 차려서 먹으려면 일을 해야 합니다”라는 아버지 말씀에 선생님은“두기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나라 잔칫상도 차릴 만하니 학교를 보내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나라잔칫상도 차릴 만큼 네가 시를 잘 짓는다고 하니 아비가 좋아하는 이 막걸리로 한번 지어봐라!”며 황금빛 미소에 구릿빛 팔뚝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고는 한 사발 들이키시던 모습은 강산이 여러 번 바뀐 지금도 동영상을 보듯 생생하다.
잠시 하늘을 쳐다보고는 그 옛날 할아버지가 읊조리던 시조가락에 시상을 실어 논두렁에 올라 아래의 시조 첫 소절을 낭송하자 "후생가외로고.. 이태백이나 김삿갓이 살아온들 이토록 기막힌 시를 지을 수 있겠나? 너는 노벨문학상을 받고도 남을 시성이 분명하니 내일부터 학교를 가거라."는 것이었다.
햇병아리 같은 자식에게 시성(詩聖)이라 칭한 그 말씀은 뇌리에 깊이 각인된 삶의 이정표이자 지금까지 인생행로를 인도하는 내비게이션이 되었기에 지난날 막걸리 추억이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평소 막걸리를 즐겨 드신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막걸리 빗는 솜씨가 탁월하여 마을잔치 술과 문중제주를 도맡아 마련하신 할머니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막걸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조만간 막걸리를 창업아이템으로 귀농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출전용 막걸리를 개발해서 막걸리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주 막걸리가 프랑스 와인이나 영국의 위스키, 독일의 맥주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명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인을 감동시킬 만한 막걸리스토리텔링 콘텐츠가 중요한 요소인데, 지난날 사부(師父)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간직한 통일의 염원과 노벨문학상 수상의 꿈을 전통 5연 시조에 담은 다음의“막걸리 연가”를 삼가 부모님과 스승님 영전에 바친다.
 

막걸리 연가 -詩聖 김두기

은하수 우유빛깔 어머니 젖이런가

소박한 맛과 향은 아버지 땀이런가

오늘도 배달민초들 달래주는 우리술  

불란서 유명와인 도이치 전통맥주

코리아 쌀 막걸리 뒤질게 뭐가 있나

위스키 발렌타인도 요맛일랑 닮으랴  

인생길 굽이굽이 그 뉘라 위로할 손

탁배기 한잔 술로 맘 빗장 술술 풀어

어울렁 지구촌 시대 놀아보세 더울렁

무지개 색동마을 벗님아 건배 건배

산 너머 왁자지껄 물 건너 시끌벅적

이 강산 허리띠 풀어 잔치잔치 큰 잔치

드시게 자네 한잔 마시세 나도 한잔

오가는 술잔 속에 샘솟는 우리들 정

지화자 좋구나 좋아 어화둥둥 우리술  

* 첨부: 막걸리 시화 - 농림수산부 2012 우리 술 대축제, 제10회 대한민국 막걸리축제 전시 및 낭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