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역전 스토리이자 현장경영 이야기
나이 마흔에 사업이 망하면서, 쫓기다시피 시골로 내려가야만 했던 한 남자가 있다. 뭘 할까 고민 하던 그는 결국 생활고에 떠밀려 농사를 시작했다. 사업자금은 어렵게 빌린 300만원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그의 농장은 연매출 100억 원을 내는 유기농 쌈채소 기업이 되었다. 상추를 팔아서 매출 100억 원을 낼 정도면, 쌀로 치면 천억 원, 고기로 치면 5천억 원쯤 되는 셈이다. 그 13년 동안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이 책은 장안농장 류근모 사장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전 스토리이자 현장에서 건져낸 경영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장안농장은 현재 쌈채소 분야의 국내 1위 기업이다. 장안농장이 가진 ‘대한민국 최초’ 타이틀도 무려 100여 개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장안농장이 하면 모두 대한민국 최초’ 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일명 밭떼기와 도매상을 통한 판매방식을 뒤엎고 최초로 채소를 우체국 소포로 판매했으며, 친환경 쇼핑몰 개설, 쌈채소 축제, 쌈채소 공원, 쌈채소 박물관을 연 것도 장안농장이 처음이다.
■ 13년에 걸친 '편견과의 싸움'
류근모 사장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단 여섯 글자로 요약하고 있다. ‘편견과의 싸움’. 다시 말해서, “그건 불가능해” 라는 포기의 편견, “농업은 한물 간 사업이야” 라는 절망의 편견과 13년 동안 싸웠다는 것이다. 된다는 이유는 하나도 없고 안 되는 이유를 찾으면 백 가지도 넘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일단은 ‘그게 되겠어?’ 라며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리고 매번 안 되는 이유만 찾다보면 결국에는 도전은 사라지고, 해보지도 않고 이런 것은 안 될 것이라 치부해 버리는 편견만 남는 법이다. 류사장이 성공비결이라 밝힌 ‘편견과의 싸움’은 결국 다른 말로 하면 ‘끊임없는 도전’이다.
■ 모두가 안된다던 브로콜리 표준화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브로콜리 표준화 사례는 간단한 에피소드이면서도 작지 않은 울림이 있다. 류사장은 어느 날 시간이 비어서 대형마트에 잠시 들렀다. 그런데 식품 매장 앞에 주부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브로콜리를 사려는 주부들이었다. 브로콜리마다 무게가 달랐기 때문에 일일이 무게를 재고 바코드를 붙이느라 줄이 늘어진 것이었다. 그때 그의 뇌리에 번개처럼 이런 생각이 스쳤다. ‘브로콜리를 일반 공산품처럼 표준화해서 팔 수는 없을까? 주부들에게는 일분일초가 아까운 저녁 시간이 아닌가?’ 다음 날 직원들에게 브로콜리를 표준화하는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제의했다. 그런데 직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반대를 했다. “사장님, 브로콜리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표준화합니까?” “채소가 공산품도 아니고, 일일이 규격에 맞추기가 좀...” 채소는 규격화할 수 없다는 편견의 벽에 맞닥뜨린 것이다.
얼핏 쉬운 문제인 것 같으면서도 막상 닥치면 어려운 브로콜리 표준화 문제.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류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게 쉬운 일이었으면 남들이 벌써 했지, 나에게까지 기회가 왔겠느냐는 것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오히려 성공의 과실이 큰 법이다. 그는 기어이 밀어붙이고야 말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류사장은 먼저 고객들이 구매하는 브로콜리의 평균무게를 구했다. 그리고 이 평균무게보다 무거운 브로콜리는 조금씩 잘라내고, 자른 조각은 따로 모아서 알뜰형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결국은 브로콜리 표준화에 성공하고 동시에 기존에 없던 신상품을 만들어 낸 셈이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마트의 반응도 뜨거웠다.
■ 편한 일거리를 찾지 말라
그는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편한 일거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편한 건 우리 것이 아니다. 서울대, 카이스트 나온 친구들도 많은데 그런 일이 우리에게 차례가 돌아오겠냐?” 이것이 그가 포기의 편견과 맞서 싸운 비결이다. 그리고 류사장은 스스로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성공하고, 실패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대부분의 실패는 ‘안 된다’는 그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무의식중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고정관념이 ‘이 일은 정말 불가능해.’ 하고 속삭이면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 채소를 택배로 판매하기까지
쌈채소를 택배로 판매하는 것도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류사장이 이를 시도하던 1998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채소는 직접 보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라는 편견 때문이다. 안된다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상추는 생물이라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택배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연중 공급이 어렵습니다.” 등 직원들은 수많은 이유를 대며 류사장의 생각에 반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른바 ‘편한 일거리’가 아니라는 점도 직원들이 도전을 망설인 이유였다. 하지만 류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을 거듭하면서 방법을 찾았다.
특수포장을 개발한 것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수확한 쌈채소를 비닐봉투에 담았더니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봉투 안이 습기로 가득 차더니 이파리가 축 처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습기의 원인을 알아보니 채소의 수분이 문제였다. 채소는 수확과 동시에 특유의 수분이 발생하는데, 이런 채소를 비닐봉투에 담으면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비닐봉투 내부에 습기가 차게 되고, 이 습기가 다시 채소의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류사장은 두 달이 넘도록 실험에 매달렸고, 결국에는 특수 비닐봉투 제작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투명한 비닐 창을 붙인 포장 상자까지 개발해서 채소류 택배 판매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런데 6개월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바로 우체국이었다. 우체국에서 아주 단순한 이유로 채소류 택배판매를 거절한 것이었다. “선례가 없어서 안됩니다.” 천신만고 끝에 대전 우체국에서 함께 해보자는 연락을 받고 마침내 우체국 주문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류사장이 우체국 택배판매를 성공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첫 도전이 어려운 이유는 벤치마킹할 무언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실패의 위험도 커진다. 선례가 없다는 것은 도처에 함정이 존재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용기와 난관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의지야말로 성공을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무기가 아닐까?
■ 공부의 힘
한편, 류사장이 밝히는 또다른 성공비결은 바로 ‘공부’이다. 그는 입버릇처럼 늘 공부를 강조한다. “농부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 최소 한 달에 책 다섯 권은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그는 TV나 신문, 책에서 접한 각종 지식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사업에 접목시켰다. 장안농장의 섞어심기 농법이 바로 공부의 결과물이다.
■ 오징어 이야기에서 배운 섞어심기 농법
어느 날 그는 신문을 보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그것은 바로 오징어를 운반하는 사람들이 수조 안에 천적 물고기 한두 마리를 함께 넣는다는 기사였다. 천적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 오징어들은 늘 긴장을 하고 몸을 움직이고, 그 덕분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사례를 곧장 사업에 접목했다. 보통 유기농 농가에서는 채소를 종류별로 묶어서 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즉 상추는 상추대로 심고, 케일은 케일대로 심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관리가 편하고 수확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징어 기사를 응용해서 채소끼리 경쟁을 시켜 보았다. 두세 가지 쌈채소를 한 곳에 심은 것이다. 즉 가장자리에는 상추를 심고 중앙에는 케일을 심는 방식을 시도했다. 한 밭에 서로 다른 채소를 함께 심은 결과는 놀라웠다. 채소끼리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두 채소 모두 더욱 건강해지고 병충해에도 강해진 것이다.
■ 판로를 개척하는 법
그런데 이런 류사장도 사업 초기에는 무척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마치 특허도 있고 제품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팔 데가 없어서 고생하는 중소기업들처럼, 그도 판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기농법에 자신감이 생기자 그는 가장 싱싱하고 품질이 좋은 상추 스무 상자를 싣고 도매시장으로 달려갔다. 마침 도매상이 있기에 가격을 어느 정도 쳐줄 수 있는지 물었다. “한 상자에 7백원 합시다.” 7천원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7백원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농약 쳐서 기른 옆집 할머니는 한 상자에 1,200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벌레 먹은 자리가 많은 친환경 상추는 시장에서 좋은 값을 받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상추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가격에는 도저히 못 판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시 상자를 고스란히 싣고 발길을 돌렸다. 어떻게 팔까 고민하던 그에게 이런 생각이 스쳤다. ‘공짜로 나눠주면 홍보가 되겠다.’ 한 달음에 상추상자를 싣고 고속도로 휴게소로 갔다. 중산층 이상 되는 사람을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중형차마다 찾아가서 창문을 두드렸다. 결과가 어땠을까? 류사장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 냉담했다. 아무리 공짜라지만 누군지도 모르는데 상추를 덜컥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 부녀회장 마케팅과 신뢰의 힘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사는 친척이 류사장의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상추를 먹어보더니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동생, 우리 아파트 주민들에게 직거래로 팔아보면 어떻겠는가?” 친척의 도움으로 그는 부녀회와 연결이 되어 직거래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인맥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상추 맛에 반한 부녀회장이 다른 아파트의 부녀회장을 소개해 주면서 채소를 홍보할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또 기존 직거래 실적을 토대로 직접 다른 아파트 부녀회를 개척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게 그는 서울에서도 중산층이 산다는 강남의 아파트들을 돌면서 이른바 ‘부녀회장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작정 파는 게 아니라 일단 한 번 먹어보라고 시식용 상추를 줬다. 그리고 그게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직거래가 점점 확대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류사장은 신뢰야말로 사업의 근본임을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신뢰야말로 가장 큰 장사꾼이다. 낯선 사람이 공짜 선물을 주면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러나 잘 아는 사이라면 공짜는 마음의 선물이 된다.” 류사장이 밝히는 뚝심과 신뢰의 경영노하우이다.
■ 살아있는 도전과 혁신 이야기
13년간 편견과 싸워나가면서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선 상추 CEO 류근모 사장. 현실이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축구선수 박지성이나 박주영이 골을 넣을 때를 보라. 수비수들은 어떻게든 골을 막기 위해서 거친 태클을 하고 두 겹 세 겹 애워싸며 거친 압박을 가한다. 그 많은 태클을 이겨내야 소중한 한 골을 넣는 것이다. 농사도 사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혹시 지금 포기의 편견, 절망이 편견에 패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도전과 혁신을 담은 상추 CEO 류근모 사장의 성공 스토리에서 용기와 희망을 찾아보자. 도전이 필요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출처] 상추ceo (한국창직역량개발원) |작성자 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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