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이동(3) - 자본에서 지식으로

힘의 이동(3) - 자본에서 지식으로

요즘 돈이 있어도 할 것이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퇴직금 받아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성공했다는 얘기보다는 다 날렸다는 얘기들이 더 많이 들린다. 기업들의 신규사업 성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그게 그리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돈이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은 돌아야 돈인데, 돌지 못하면 돈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돈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종이조각이거나 디지털화된 숫자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약속 때문이다. 즉, 돈을 갖고 상점에 가면 실물을 내주도록 사회적 합의가 맺어져 있는 것이다.

산업화사회에서는 돈이 엄청난 파워를 갖게 되었다. 돈이 있어야 공장도 짓고, 원료를 사서 생산도 하고, 길을 닦아 유통도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자본이 경제시스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돈이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서 금융이 경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도 이러한 연유다.

산업화시대 패러다임이 저물면서 돈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합의가 약화되는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돈의 힘이 약해지면서 돈만으로는 사업에 성공할 수 없으며, 반대로 돈이 부족해도 지식과 컨텐츠가 좋으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으로부터 지식으로의 가치이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돈이 이토록 대접을 받았던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다.

자본기반 사업모델에서 지식기반 사업모델로의 전환 - 이것만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출처 : 김용태 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