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리더십 센터 최병철 소장님의 <신분상승과 추락>이라는 글을
연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 지금은 신분상승보다 신분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
다들 알고 있는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분과 계급이란 것이 있었다. 쌍놈과 중인, 양반이 그렇고, 카이스트제도가 그렇고, 서양의 노예제도가 그렇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신분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도 계급이 존재한다고 하는 말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렇다. 고대사회던 현대사회던 아니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던간에 계층은 존재한다. 그 표현방식이 다를 뿐이다. 서민이니 중산층이니 하는 말이나 쌍놈이니 중인이니 하는 말이나 다를건 없다. 다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용어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불만이 없으면 그만일 수도 있다. 불만이 없으면 문제는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갈테니 말이다.
언젠가 서민이란 말이 그 예전에 썼던 쌍놈이라는 말보다 더 굴욕적인 표현이었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올런지 모른다. 필자가 평생 서러운 사람들이 서민이라고 농담처럼 표현하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시대에 계층은 흔히 통계적으로 소득 5분위수 혹은 10분위수라는 것으로 표현한다.
5분위수란 소득분포를 5개 구간으로 나누고 1분위와 5분위의 소득차이를 수치로 표시해 놓은 것을 말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2004년도 7.55에서 계속 상승하여 08년도에는 8.41배로 발표되고 있다. 08년 기준 부자가구는 평균적으로 한달에 220만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가난한 가구는 한달에 평균 44만원 적자를 보고있다는 것이다
몇몇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은 트랜드라는 점이다. 가진자는 무엇이든 더 갖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도 빼앗기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것이 트랜드다. 정보화 시대가 되어서 정보를 공평하게 나눠가지게 되면 모두가 부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엄청난 착각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슬쩍 지식화 되지 않는 정보는 쓰레기라는 식으로 변명되어지긴 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가진 것마저 뺘앗기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쫒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쫒아가다가 그나마 가진 것도 다 빼앗기는 상황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신분상승에 대한 환상도 중요하지만 신분추락에 대한 비참함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흐르는 물속에 물고기가 헤엄치지 않고 정지해 있으면 자신은 현상유지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떠내려간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틀린말이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더 벌겠다는 생각이라도 해야 보통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의 문제이다.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뜻은 제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분명 아니다는 것이다.
은어는 회귀하여 자기가 부화된 그 강 상류지점까지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은어는 그 지점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알을 안전한 곳에 놓아서 많은 개체수가 부화되도록 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목표지점에 도착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그 은어 전체의 생태계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보면 보다 많은 수의 은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목표지점에 도착한다는 대수의 법칙에 입각한 사고를 할 것이다. 때문에 더 많이 더빨리 목표에 도전하도록 하는 비유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도 마찮가지 아니겠는가?
지금 건강한 몸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입장에서도 소득의 격차라는 것이 있고, 그것에 나름 만족하며 살아 간다. 그런데 수익을 더 이상 창출하지 못하게 되는 노후에는 지금 생산활동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재정적으로 좋아지리라 생각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
지금의 생산활동 규모만으로도 그 규모에 맞는 노후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이 있다. 좀더 쉽게 말하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빼앗기는 일이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연어처럼 일단 목적지까지는 가야 한다. 정작 목적지에 도착해서 산란도 하기전에 죽어버리는 혹은 다른 짐승에게 잡혀먹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러한 사고의 단계적 접근이나 상황적 접목없이 위에서 언급한 비유을 일방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뭔가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도전하고 집중하되, 목적지까지 갈만한 체력을 소진하는 위험은 막아내야 한다. 떠내려 가지 않기 위해서 얼마동안 헤엄칠 수 있을지 그리고 물의 속도가 자신이 감당할만한지, 헤엄치다 지치면 쉬어갈 만한 대책은 있는지, 어디까지 가면 바다가 나오는지 아니면 저수지가 나오는 것인지, 목적지에 도착하면 무엇을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생략한다. 그것을 한꺼번에 다 알려준다고 해도 알 수도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경험해 본 사람이나 대신해 줄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무조건 헤엄처라는 식의 이야기만 믿고 헤엄치다 오히려 체력이 다 되서 죽은채 떠내려간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된 채 묻쳐 버린다.
우리사회가 그렇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 10월 자영업자수가 약 603만명 이었다. 2009년 1월엔 약 559만명이다. 불과 3개월만에 약 44만명이 줄어들었다.
금융다단계를 통해 몇백만원 몇천만원씩 손해본 사람이 몇백명이 되면 이 사회는 온통 난리가 난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몇십만명의 사람이 나름의 사업을 하다가 결국 실패의 모습으로 사라지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와 보이지 않게 서서히'라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거시경제를 이야기 하는 관점과 나름 경쟁력을 확보한 사람들 측에서 보면 잘 된 일이다. 어찌되었던 인당 생산성등 여러 가지 통계지표가 올라갈 것이기에 그렇다. 자영업자에게 인위적 구조조정을 이야기 했었다.그런데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되고 있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 생각도 할 것이다. 그저 안타까운척하면 대충 정리될 것이라 보면 그렇다. 당사자가 아니면 다 남의 일인 것이다.
그러나 44만명이 전 재산을 투입했다가 입게된 그 손실과 앞으로 겪게될 일들이 얼마나 힘들고 충격적인 일이겠는가?. 이런 위험이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충분히 고민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분상승을 이야기하려면 신분추락에 대한 위험도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신분이 추락한 사람은 그나마 유지되던 신분이 부러울 것이다. 때문에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그토록 높은 것이고, 직장생활을 부러워하는 것 아니겠는가?
신분이 유지되고 있어야 신분상승도 꿈꿔볼 수 있는 것이다. 신분을 뛰어넘은 사례를 이야기 한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몇 년만에 몇 백억 부자가 된다. 최단기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아이템 하나로 성공을 하는 경우가 정보 공유시대이므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신문들은 그런 사례를 취재해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처럼 사람들을 환각시킨다. 실제 누구라도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혹은 이미 준비되어진 머리, 성격,배경,절박함등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무시해 버린다. 만약 그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욕심으로 치우칠 우려가 크다
한 단계 앞으로 올라서는 것은 도전해보고 노력할만하다. 두 단계를 올라서려 한다면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신분을 상승시킬 것이냐 아니면 추월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신분추락을 어떻게 막아서 신분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병행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 동안 안전관리라는 것이 현장에서 그럼 언제 일을 하란말이냐는 평가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일부 그런곳이 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쓰라고 하면 자세가 불안전해져서 오히려 사고가 많이 난다고 했다. 안전난간대를 설치하라고 하면 금방 뜯어내야 할 것을 왜 설치하냐고 했다. 그런 시설 설치하고 보호장구 다 갖추다 보면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자세 때문에 오히려 사고가 더 날 테고, 언제 일을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은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 그때 그렇게 부정적으로 답했지만 일단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시행했던 일들은 아무런 저항없이 수행되고 있다. 당연히 생산성도 향상되고, 품질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작업중 다치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신분이 추락하는 것이 자신만의 문제에 국한된다면 비온뒤에 땅굳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는 정도로 교훈삼아가며 살아도 된다. 그러나 신분추락이 자신만의 신분추락이 아니라 가족전체의 신분추락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동물들과는 다르게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축구경기처럼 이번경기에 지면 다음에 다시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공격이 곧 수비라고 할 수도 있다. 지면 다음에 또하면 되고 월드컵같이 큰 경기도 4년이면 다시 도전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말도 맞다. 그러나 돈에 관한한 그렇지 않다. 돈 5천 만원, 1억을 모으는데 필요한 시간은 일반 급여생활자의 기준으로 볼때 최소 5년이상 10년이상은 걸린다. 그것도 먹고 쓰지 않은채 모아야 가능하다. 이말은 인생 전체를 놓고 볼때 한 번에서 두 번 정도밖에는 기회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번 실패를 한 사람은 이제 시간적으로, 개인의 객관적 능력만으로 볼때는 재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욕심을 더 내게 되고 그것이 더더욱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신분을 유지하고 지금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전하는 방법보다 빼앗기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찾아야 한다.
수용하는 것보다 거절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설득당하지 않은 방법을 배워야 설득할 수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부자가 되려면 99%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라고 한다.
틀림없는 말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 나만의 방법이 곧 전략이다. 그렇다면 요즘 99%의 사람들이 하고 있거나 할려고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 그것은 1% 혹은 상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행동 혹은 사고를 배울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진정 그럴까?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99%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무엇인가? 어쩌면 99%사람들과 다른 행동은 1%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99%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빼앗기는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역발상은 어떻게 더 벌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겠으나 어떻게 잃지 않고 빼앗기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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