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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서 18개월 기른 둘째와 헤어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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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서 18개월 기른 둘째와 헤어지던 날 맹세했습니다, 다시는 못난 엄마 되지 말자고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현이 엄마입니다."

13일 낮 12시 40분쯤 전국 50여개 교도소·구치소의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이렇게 시작하는 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작년 3월 지인들에게 "주식투자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죄(사기)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서 1년8개월 동안 복역 중인 '정현이 엄마' 박명혜(34·가명)씨가 쓴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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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1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법무부 교화방송센터에서 한 아나운서가 ‘정현이 엄마’의 사연편지를 읽고 있다. ‘정현이 엄마’의 기구한 사연은 전국 50여개 교도소·구치소의 라디오를 통해 전파됐다. ‘정현이 엄마’는 교화방송센터에서 재소자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 것을 알고 직접 사연을 보내왔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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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교화방송센터가 매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각 교도소·구치소에 내보내고 있는 라디오 방송에 재소자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여기에 직접 사연을 보낸 것이다.

박씨는 교도소에서 낳아 18개월간 길러온 둘째 아들 정현이를 지난달 12일 경기도 의정부시 친정으로 떠나보냈다. 그는 작년 3월 형이 확정되자마자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고, 두 살배기 큰아들 정호를 친정 부모에게 맡겼다. 그리고 임신 상태로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지 한 달 만인 작년 4월 낳은 둘째가 바로 정현이다.

'여성 재소자가 출산하는 경우, 18개월까지 아이와 함께 교도소에서 지낼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박씨는 수형 생활을 하면서 정현이를 길렀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다. 매일 잠도 함께 잤다. 교도소의 갓난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엄마 품에서 한시도 떠날 줄 몰랐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을 배웠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1년6개월이 흘렀다. 전국 각 교도소에서 크던 12명의 '양육 유아' 중 하나였던 아들 정현이는 지난달 12일 교도소를 떠나야 했다.

박씨는 자신의 편지에서 "마음속으로 수십 번 준비했던 그날, 18개월 된 아들 정현이를 보내야 했던 그날, 울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했는데 그게 안 됐습니다"라고 했다.

정현이가 떠나기 전날, 박씨 모자(母子)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교도소 내 '가족 만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정현이를 데려가려고 온 박씨의 부모, 큰아들 정호도 함께였다.

다섯 가족은 저녁밥을 지어먹고, 같이 TV도 보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정현이는 "형아 형아" 하면서 정호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떨어져 지내던 두 아이는 서로 과자를 먹여주고,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았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미소가 절로 번졌습니다."

하지만 헤어짐을 알기라도 하듯 두 아이는 그날 밤부터 엄마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정호는 "엄마 나랑 같이 집에 가자. 난 엄마만 좋아"라는 말만 수십 번 반복했다. "응. 내일 다 같이 가자"는 말로 안심시켰지만, 아이는 자면서도 박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튿날 정호는 박씨 품에 안긴 채 "엄마도 같이 가게 옷 입어. 엄마가 양말 안 신으면 나도 안 신어"라며 떼를 썼다. 아무것도 모르는 둘째 정현이는 옆에서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평소에도 양말만 신으면 어디 밖에라도 나가는 줄 알고 좋아하던 아이였다. 저만치 떨어져 이들을 지켜보던 박씨의 부모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박씨는 "엄마가 여기 청소하고 따라갈게" 하고 약속한 뒤에야 두 아이를 떼어낼 수 있었다. 정현이는 할머니 등에 업혔다. 그렇게 이별이었다. 박씨는 아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다 가족 만남의 집을 빠져나왔다. 다른 재소자들처럼 가족들을 출구까지 배웅할 자신이 없었다.

박씨가 두 아들을 떠나보내던 그날 밤 직접 쓴 이 편지 말미에는 지난날 자신의 죄를 후회하는 심정과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가 담겼다.

"교도소 건물로 돌아가는 길에 기도했습니다. 지금 이 감정, 이 순간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요. 두 번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면서… 이젠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못난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요.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생활하겠습니다. 얘들아 엄마 빨리 갈게. 아프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줘. 사랑한다 아기들아. 사랑한다 내 새끼들."

박씨는 만기 출소(2014년 1월)를 1년2개월 앞두고 있지만, 사기 피해자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여러 건 진행 중이다.

박씨는 "쉽지 않겠지만, 출소하면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부지런히 살 것"이라고 했다.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겐 큰 힘이에요. 두 아이를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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