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임동욱기자][김동선 중소기업청장]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신경제의 '엔진'으로 떠올랐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던 벤처 신화. 2010년, 스마트폰 등 기술 융·복합 시대를 맞아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한 정부의 '마인드 컨트롤'이 시작됐다.
정부는 새로운 차원의 '벤처육성책'을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문제'와 '청년 취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불공정거래 근절'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벤처 등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해 대기업과 동등한 거래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또, 대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어 창업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 청년층의 '벤처행'을 유도하는 것도 목표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정책의 초점이 '문화'와 '마인드'에 맞춰져 있다는 것. '갑·을관계' '하도급' 등 고착화된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이나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5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상생을 위해서는 대기업 총수가 관심을 가지고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수준에서 3만 달러로 올라갈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마인드'(정신)"라며 "우리도 현 단계에서 정신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국민소득이 3만 달러대로 올라갈 당시, '카우프만 재단'은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데 크게 기여했다"며 "우리도 카우프만 재단을 벤치마킹해 내년 중 '창업기업가정신재단'(가칭)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해 설립하며, 우선 1세대 중견벤처인과 벤처기업협회 등이 자금 출연 등에 나서기로 했다. 추후 대기업과 그룹 오너 등으로 참여 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모델이 된 카우프만 재단은 기업가정신의 육성을 임무로 하는 비영리재단 중 세계 최대 조직으로, 1966년 '1인 창조기업가'인 어윙 매리온 카우프만이 설립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던 그는 1950년 자택 지하실에서 홀로 제약회사인 '매리온 연구소'를 창업했다. 40년 뒤인 1989년 그가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 메렐다우에 회사를 매각할 때, '1인 창조기업'은 10억 달러의 매출과 3400명의 직원을 갖춘 대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신제품과 신공정을 개발하고, 신사업을 고안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도전형 기업'이 자본주의 경제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엔진'이라는 경제학자 슘페터의 철학에 뿌리를 둔 카우프만 재단은 생계형 창업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기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혁신형 창업, 즉 벤처창업 쪽에 집중하고 있다.
카우프만 재단은 설립자의 뜻에 따라 △청소년의 학업지원 △수학·과학 교육지원 △기업가정신의 육성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기업가 리더십 센터를 설치하고 모든 연령층이 기업가정신에 고취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우프만 재단의 순자산은 17억5000만 달러, 연간 지출규모는 9210만 달러였다.
박종복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가정신 육성정책의 목표는 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기업가정신을 일관성 있게 지원하고 육성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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