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롯데마트가 저가 통닭을 판매하면서 시작된 '통큰 치킨' 논쟁은 어느 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다른 의미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통큰 치킨 자체는 식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생산자의 권리, 싼값에 식품을 사먹는 소비자의 권리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통큰 치킨을 반대하는 의견은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반영하고 있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논리'를 단순화하면, 통큰 치킨에 대한 찬성은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시선, 반대는 공동선(共同善)과 미덕을 앞세워야 한다는 공동체주의 시선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논쟁은 직전 '이마트 피자' 논쟁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통큰 치킨은 여기서 또 다른 반론을 파생시켰다. 아무리 영세상인이라도 평소 통닭을 비싸게 파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시장 잠식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저가 통닭으로 시장 전반의 폭리 구조를 해결할 수 있다면 영세상인의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분출돼 결국 치열한 원가(原價) 논쟁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반론도 있었다. 경쟁을 활성화한다고 대기업 통닭을 허용하면 영세상권이 다 죽고, 결국 대기업이 통닭시장을 석권해 가격이 오를 것이란 견해였다. 샌델식 논법에 따르면 둘 다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功利)주의 시선에 해당한다.
샌델 교수에게 '통큰 치킨' 논쟁을 이야기하자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 샌델식 해법은 무엇일까? 그의 논법은 세 가지 시선에서 중용을 찾거나 네 번째 시선을 등장시켜 솔로몬식 지혜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는 늘 '공동선'의 입장에서 해법(규범)을 찾는다.
"대기업들이 작은 규모의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때,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긴장이 조성되지요. 소비자를 위한 가격 낮추기인가?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보호인가? 20세기 초 미국에서도 같은 딜레마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많은 지역이 가격 인하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지요. 소위 '체인점'(chain stores·거대 수퍼마켓)들이 가격을 내려쳐 작은 가게들을 파산으로 내몰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의 몇몇 공동체들은 월마트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지요. 월마트의 가격이 영세업체들을 도산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면 지역 소비자는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늘 비싼 상품을 사야 합니다. 그럼에도 가격 경쟁을 규제하는 것이 정의일까요?
"가격 경쟁을 규제하는 측에서는 두 가지 주장을 펼칩니다. 먼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가격입니다. 만약 거대기업들이 지금 가격을 내려 영세업체들을 파산하게 만든다면, 그 거대기업은 궁극적으로 독점을 하게 되고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당장의 가격 인하가 내일의 가격 독점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리스크는 산업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사례별로 연구해야겠지요. 또 다른 주장은 작고 영세한 업체들을 보호해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입니다."
―가격 경쟁을 규제한다는 같은 결론을 내리지만 철학적 배경은 서로 다르군요. 선생님은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시지요.
"작고 독립적인 생산자, 그리고 비즈니스 중심 경제가 소수 거대기업들에 의해 장악된 경제보다 더 강한 민주주의의 기반이 됩니다. 1920~30년대 루이스 브랜다이스(Brandeis)의 지지자들이 주도한 독점금지법의 핵심 논리였지요. 브랜다이스는 작은 기업들이 중심이 된 경제에서 민주주의가 최고로 번성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거대함의 저주'(the Curse of Bigness)를 우려했지요.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법은 20세기 중반 결국 미국에서 폐지됐지만요. 낮은 가격을 지지하는 의견이 경제력의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브랜다이스는 철도회사의 독점사업과 맞선 변호사로 유대인 최초로 연방최고재판소 판사가 된 인물이다. 역시 유대인인 샌델 교수는 바로 브랜다이스의 정신을 받들어 세워진 브랜다이스대학 졸업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