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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붐세대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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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나이인 베이비붐 세대들은 앞으로 30년, 퇴직 후에도 25년(하루 여유 시간 11시간을 고려했을 때 '10만 시간') 이상 남은 인생에 대해 어떤 전망과 설계를 하고 있을까?

조선일보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연구책임자 한경혜 교수)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베이비붐 세대 4674명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경제생활에 불안감이 있었지만,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강하게 드러냈다.

57% "65세 이후에도 일하겠다"

베이비붐 세대의 59.2%는 은퇴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은퇴 후 경제생활에 대해 58.6%는 기본적인 생활 유지가 어렵거나(12.4%) 빠듯한 수준(46.2%)일 것으로 걱정했다.

“사회봉사, 즐겁죠” 서울 양천구청에서 향토관리요원으로 일하는 박현성씨가 목동 파리공원에서 개선문 축소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은행에서 32년간 일하고 퇴직한 뒤, 역사해설사·호스피스 등 사회봉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은퇴 준비를 제대로 못한 대신, 베이비붐 세대들은 현재 일자리에서 퇴직하더라도 적어도 10년 이상 더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에서 60세 이전에 은퇴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10.2%에 불과했고, 57.4%가 65세 이후에도, 89.1%는 60세 이후에도 일하기를 희망했다.

서울대 최현자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직장에서 퇴직하더라도 또 다른 직업을 갖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직업 경로를 갈 것 같다"며 "은퇴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들 스스로도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제적인 측면 이외의 삶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과 기대를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은퇴 이후 삶의 전망을 묻는 질문 중 여가생활에 대해서는 65.4%가, 부부·가족관계에 대해서는 81.2%가 '긍정적'(좋을 것이라는 의미)일 것으로 답했다. 건강 문제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62.9%였다.

지난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베이비부머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42.3%는 노후에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고, 16.8%는 자원봉사를, 9.1%는 종교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소득창출을 하고 싶다는 응답은 18.8%였다. 또 44%는 향후 어떤 생활을 하든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다. 여성과 도시 지역 거주자일수록, 고학력·고소득자일수록 자원봉사에 참여하려는 의향이 높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인 박상철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 계발을 통해 사회봉사·자원봉사 등 새로운 세상을 가고 싶다는 욕구가 아주 높다"며 "베이비붐 세대는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세대이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온 세대이므로 노후 생활도 강한 의욕을 바탕으로 새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61.6%는 '나에게 인생은 지속적인 배움·변화·성장의 과정이었다'는 데 동의했고, '나와 세상에 대해 새롭게 보게 하는 경험은 중요하다'는 데 73.4%가 동의했다. 또 '나는 이미 오래전에 내 인생을 변화·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했다'는 부분에 63.6%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등 진취적인 자세를 보였다.

44%는 은퇴 후 자원봉사 희망

은행에서 32년 근무하고 작년 2월 퇴직한 박현성(56)씨는 이미 사회봉사라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박씨는 이를 위해 10개월간 호스피스 수업을 들었고, 역사해설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박씨는 지난 9월부터 서울 양천구청 향토관리요원으로 구내 문화유적 시설 등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한 달에 130만원 정도 받는다. 연말까지 한시적인 일자리이지만, 박씨는 돈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용인 집에서 새벽 6시 40분에 출근길에 오른다. 구청 출근 시간인 9시 넘어 나가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8시 20분이면 어김없이 구청에 도착해 업무 준비를 시작한다. '여행한다'는 생각으로 출퇴근하고, 가끔 서대문 독립공원이나 창덕궁 등 서울시내 유적지에서 해설사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박씨는 정년 후 10만 시간을 채워갈 또 다른 일로 '호스피스'를 준비 중이다. 대학 때 사회복지를 전공해 은퇴 후 여유가 생기면 꼭 호스피스 일을 하고 싶었다. 현재는 자격증 취득 후 필요한 봉사활동 200시간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은퇴 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마음은 접었다. 아들·딸은 현업에 있을 때 교육을 마쳤고, 모두 취업에 성공해 더 큰 부담은 없기 때문이다.

생활비는 향토관리요원 수입 130만원과 국민연금 72만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61세부터 받기 시작하면 액수가 120만원으로 늘어나지만, 일찍 받으며 검소하게 사는 것을 택했다.

작년까지 은행에서 받은 월급과 비교하면 푼돈일 수도 있지만, 그는 굉장한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누가 높이 인정해주는 일도 아니지만 만족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가장이자 사회인으로 32년을 마치고, 어떤 부담이나 제약도 없이 순수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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